(사) 지아이씨 협력 아프리카 케냐 소식입니다
아프리카 케냐 이종섭
기쁨이와 평안이네 소식 입니다^^
어디까지 속아주어야 할까요?
건조기 – 저희 집에는 건조기가 있습니다. 은퇴하시는 선교사님의 물건정리를 돕는 겸, 울며 겨자 먹기로 집으로 데려왔지요. 두 달에 한번 정도 사용하는데, 그 때마다 수현의 어깨가 으쓱합니다. “우리 건조기 있는 부자집이야.” 수현의 자랑 건조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LG 서비스센터에서는 모터 전체를 갈아 하는데 너무 오래된 모델이라 부품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혹시나 동네 전기상에 갔더니만 8만원 정도에 고쳐주겠다고 하더군요. 현지 체감물가상은 80만원정도의 큰돈인데 고칠까 말까. 그래도 수현의 자부심인데 하는 마음에 고치기로 하였지요. 결과는? 결국 돈만 떼였습니다. 전기상에 건조기를 가져다주기를 몇 번을 했던지요. 마지막에는 LG 서비스 센터를 다시 불렀습니다. 전기상에서 도대체 뭘 한 것이냐. LG기술자가 그러더군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아 또 속았구나.
탄자니아 국립병원 – 종섭이 지난 번 탄자니아 국립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장님이 종섭에게 철썩 같이 약속을 하셨습니다. 종섭 같은 의료선교사가 병원을 단기로 방문해서 일해준다면, 사례는 못하더라도 소정의 숙소를 제공해주겠다고. 마침 봉사하고자 하시는 “천사” 선생님이 계셔서 연락을 했더니만, 웬걸, 예산이 없다고 발뺌을 합니다. 하지만 병원장님이 약속을 하신 것이니 노력해보겠다고 하더군요. 함흥차사. 감감무소식. 기다리다 지친 종섭이 숙소가 어려우면, 병원과 숙소 사이의 교통편 만이라도 제공해 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일방적인 “시혜”가 현지인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이지 않는 영향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역시나 함흥차사. 감감무소식. 종섭은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 아무리 병원장, 기관의 대표가 철썩 같이 약속을 하더라도, 그것이 꼭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몸바사 정부병원 – 케냐 동부해안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담도내시경을 구입하고서는 종섭을 초대하였습니다. 담도내시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가운데 기계를 덜컥 도입한 것이더군요. 물론 병원은 비행기 표, 숙박, 교통편 제공을 약속하였지요. 종섭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또 말만 그러겠지. 하지만 신기하게도 종섭이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 운전기사가 데리러 왔더랍니다. 음 교통편은 제공하나 보다. 어찌되었든, 종섭은 무사히 3명의 회도교 의사들을 훈련시키며, 역사적인 동부해안 최초 담도내시경을 시작하였습니다. 밤이 되니 종섭을 3성 호텔로 데리고 가고, 심지어 수련의 마지막 날에는 3명의 의사들이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에서 식사 대접까지 해주었다는 군요. 물론 비행기 값을 돌려 받지는 못했지만, 종섭은 기대 이상의 약속실현으로 얼떨떨하기만 하였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삶은 어느 정도까지 속아주어야 하는지를 날마다 묻는 삶이랍니다. 이곳의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처음 사랑”을 그대로 잘 유지할 수 있기만을 기도합니다. , 종섭과 수현의 마음이 사그러지지 않도록 여러분의 기도 또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종섭, 김수현, 재희, 재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