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C 신미식 작가님 사진전(Mongolia & Africa)에 초대합니다!
전시(展示).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전시란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지만 나에게 있어 전시란 ‘ 나를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우연히 스치듯 마주친 풍광, 생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 그것들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는 일은 사진가로써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전시를 치를 때마다 매번 벅찬 감동이 밀려옵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은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에서 작업한 사진들입니다. 촬영을 하는 동안 내 숨소리조차 신경 쓰일 만큼 집중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예가체프 교회에서 찍은 사진들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내 심장 박동소리에 나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흥분된 가슴을 억눌렀어야 할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로 기억합니다.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나는 아직도 그 날의 풍광과 억눌러야만 했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너무나 벅차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예가체프의 아름다움이 2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입장료가 있는 전시여서 마음의 부담이 컸습니다. 마치 처음 전시를 열었을 때의 그 설레임으로 준비했습니다. 오셔서 제가 느낀 그 순간을 함께 공유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예가체프. 흔히들 커피의 생산지로 알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에티오피아에서도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야 있는 마을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품질이 좋고 향이 훌륭하다. 국내에서도 커피 매니아들이 찾는다는 예가체프의 커피는 대량으로 재배되는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산에서 자란 커피를 채취한다는 특징이 있다. 맛이 좋고 농약의 위험이 없는 커피이지만 대량으로 생산되지 못하기에 희소성이 있다. 예가체프에 도착하지 전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가 쏟아졌다. 내일 촬영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침이 되자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쳐버렸다.
맑고 청명한 하늘에 기분 좋게 밖을 나와 보니 마을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전날 비가 너무 많이 내린 탓이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의 안개를 더듬어 마침 예배가 열리고 있던 교회를 찾았다. 잔잔히 내려앉은 안개 덕에 교회의 모습은 더욱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흰 천을 둘러 쓴 교인들은 숲에서, 계단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예배 광경이었다. 교인들이 입은 하얀 천 위로 안개를 뚫고 내려앉은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이 순간, 셔터 소리를 내는 것이 왠지 죄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고 고요한 순간이었다.
자연과 인간과 신의 만남,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으로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몽골(차튼족)
올해 초 아이티를 함께 간 후배가 몽골에서 순록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몽골 차튼족 촬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깊은 산속에서 순록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다시 심장이 뛰었다. 그들을 만나러 가야한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고생스럽다는 주위의 걱정이나 염려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차튼족과 순록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7월, 드디어 그 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늘과 맞닿은 평원, 의연한 산의 모습과 순박한 사람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순록…….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간직하고픈 순간들이었다. 언제 다시 그 곳에 갈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은 영원이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차튼족은 몽골의 북쪽 산악지대에서 순록을 키우며 사는 소수민족이다. 이들을 찾아가는 여정은 고행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힘이 든다. 울란바트르에서 무릉까지 비행기로 1시간 반, 그리고 자동차로 12시간을 달리면 호수가 아름다운 ‘차강로드’에 닿는다. 그곳에서 말을 타고 다시 12시간 동안 여러 개의 높은 산을 넘어야 차튼족이 사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난생 처음 타보는 말은 불편하고 힘들었다. 다시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공포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도착하고 나니 고생이나 불편함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깊은 산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더위에 약한 순록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름이 되면 높은 산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야 순록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다. 순록을 키우기 위해 깊은 산 속에 움막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만나기 위해 고생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정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지만 그만큼의 보석 같은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신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