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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뉴스,20110531]한국! 나의 꽃다운 삶을 돌려주세요(마다가스카르, 이재훈 회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7-01 16:06
조회
1345

마다가스카르서 찾아온 오줌싸개 외톨이 여인, 고려대 의료원서 수술

분만 중 태아가 산도에 끼어 요도 짓이겨지고 자궁·방광에 구멍나 24시간 소변새고 지린내나 남편·가족도 멀리해 

 

[기사입력 2011.05.31 10:39:48]

 

 

 

지난 5월 7일 2억만리 마다가스카르 한 오지에서 장장 일주일에 걸쳐 한국을 찾아온 한 여인이 인천공항에 들어섰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여인에게서 나는 냄새에 코부터 움켜쥐어야했다. 비단 외국인의 체취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심각했던 지린내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26세 꽃다운 나이에 멀고먼 한국에 찾아온 플로레트 마나드레이(Florette, Manadray)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구 2000만명이 살고있는 마다가스카르(수도 안타나나리보)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장장 이틀이나 걸린다. 플로레트의 고향은 그곳에서도 한시간 반을 비행기를 타고 들어간 후 또 3~4일은 걸어서 가야하는 암파시남부라는 오지다. 길이 없어서 교통수단이 걷는 방법밖에 없다.

플로레트 3년 전 출산을 하다가 아이를 사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고통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태아의 머리가 산도에 걸려 분만이 장시간 지연되는 동안 요도가 짓이겨지고 방광과 자궁벽에 구멍이 생겼다. 이 때 요도의 2/3가 손상돼 24시간 소변이 흘러나와 항상 기저귀를 차야했고, 건강 및 위생상의 문제가 불거졌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소변으로 인한 지린내 때문에 남편과 가족은 물론 아무도 플로레트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아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플로레트는 오줌싸개 외톨이 여인이 되어버렸다.

플로레트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된 건 고대 의과대학출신 이재훈씨였다. 외과 전문의이자 마다가스카르에서 선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재훈 씨는 플로레트의 소식을 듣고 수술 및 치료가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의 수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워낙 상태가 안좋았고, 의료시설이 부족했던 터라 결국 이재훈 씨는 결국 모교인 고대병원에 지원을 요청햇다.

바통은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가 전해받았다. 체류비와 항공료 등은 이재훈 씨가 후원하기로 했고, 막대한 금액의 진료비와 간병인은 고대병원과 유경재단에서 함께 지원해서 해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문맹이자 마다가스카르어 이외에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플로레트와의 의사소통이었다. 때마침 마다가스카르 마취과 의사 페르난드(Fernand)가 고대 안암병원에서 연수 중이어서 통역을 자청했다.

난관은 또 있었다. 처음 이정구 교수가 계획했던 수술법에 대해 의사 페르난드가 난색을 표한 것. 이정구 교수는 방광과 자궁의 천공(구멍)을 막은 후 배 옆구리로 인공요도를 연결해 소변을 배출하는 수술을 실시하고자 했다. 원래의 요도나 방광입구의 상태가 굉장히 안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인공요도를 통해 관(카테터)을 넣어 하루에 네 번 소변을 밖으로 빼줘야하는데, 마다가스카르의 위생상태나 의료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정구 교수는 고민끝에 정공법을 택했고, 뭉개진 요도를 찾아 그 일부를 겨우 겨우 살려내고 방광과 자궁의 구멍을 막은 후 인공관을 통해 요도와 방광을 연결하는 장장 7시간에 걸친 대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소변을 요도를 통해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플로레트는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는 상태이다. 방광과 요도의 조직이 너무 약하고 좋지 않아 혈액순환이 미흡해 조직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고 인공관과 요도및 방광이 완벽하게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수술 덕분에 지린내는 완전히 사라졌고, 일부 새고있는 소변 역시 조직이 살아나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덕분에 오줌싸개 외톨이였던 플로레트는 수술 후 비뇨기과 병동의 최대 유명인사가 됐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항상 웃는 얼굴과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주변 환자들은 너도나도 플로레트에게 먹을 것을 선물하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 역시 한국음식이 입맛에 안맞을 것을 걱정해 섬에서 온 플로레트가 좋아하는 생선요리를 직접 공수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플로레트는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가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가족과 사람들앞에 보여줄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 있다. 더 건강한 모습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음식도 잘먹고, 걷기운동에도 부쩍 열심이다.

플로레트는 매일 "한국, 그리고 이정구 교수님! 나를 더 이상 오줌사개 외톨이가 아닌 예전의 아름다웠던 꽃다운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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