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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슴으로 찍는다"(신미식 회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9-19 16:26
조회
1367

 

"가슴으로 찍는다"

 

`몽골 그리고 아프리카 전` 사진작가 신미식
18년 80개국 떠돌아…마다가스카르에 특히 애착
2년간 혼자만 몰래 보던 `예가체프의 예배당` 선봬
사람들 눈동자에 초점 맞추고 교감할 때 가장 짜릿

 

입력시간 :2011.09.19 10:35

 

 

 


▲ 사진작가 신미식(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가슴으로 찍는다"



`몽골 그리고 아프리카 전` 사진작가 신미식
18년 80개국 떠돌아…마다가스카르에 특히 애착
2년간 혼자만 몰래 보던 `예가체프의 예배당` 선봬
사람들 눈동자에 초점 맞추고 교감할 때 가장 짜릿



입력시간 :2011.09.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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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신미식(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사진을 찍는 것은 카메라지만 그것을 허락한 것은 내 가슴이다!` 신미식의 사진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면 누구나 맞닥뜨려야 하는 문구다. 사진작가 신미식(49)의 명제. 지난 18년 동안 80개국을 떠돌아다니며 수십만 번 셔터를 눌렀을 그가 내린 선언이다. 한 장의 사진을 앞에 두고 누구는 카메라를 말하고 누구는 풍광을, 누구는 표정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사진 찍는 이의 가슴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전시는 그 일깨움의 첫머리다. 지난 14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갤러리에서 신미식 작가를 만났다.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의 시작

전시를 열고 있는 작가라면 당연히 보여야 할 흥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번째 사진전 운운하며 의미부여에 들어간 순간 신 작가의 냉소와 먼저 마주해야 했다. “전시에 무감각해진다.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다.” 전시도 수순이고 감정도 수순이란 얘기로 들렸다. 치열한 전투에서 얻어온 포획물을 꺼내놓는 허탈함과 담담함의 교차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신 작가는 첫 사진전을 연 2005년부터 이제껏 스무 차례에 가까운 전시회를 했다. 개인전으론 7번째다. 어느 때부턴가는 아프리카 전문이 돼 있었다. 조금 더 특화하자면 `마다가스카르 전문`이다. 커다란 바오밥 나무가 서 있다는 아프리카 남동쪽의 이 나라는 그가 사진가로 전업을 선언한 후 처음 발을 디딘 땅이기도 했다. 그는 2005년 그 첫 날을 잊지 못한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빨래터를 향하는 아주머니들이었다. 그 앞에 양동이를 든 꼬마가 앞장서고. 왜 그 장면에 빠져든 건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오버랩 된 내 어린시절을 본 것 같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다시 떠났다. 2박3일을 걷고 또 걸으며 사람들을 만났다. 2006년 그 여행의 사진이 묶여 나왔다. 사진집 `마다가스카르 이야기`다. “책 100권을 싸들고 사진집 속 얼굴들을 찾으러 갔다. 나흘이 걸려 만난 아이도 있다. 눈물이 나더라.” 표지에 실린 그 소녀였다. 그날 이후 그는 마치 마다가스카르 홍보대사처럼 그 땅에 내리기를 반복했다.
 
“감동, 오래 끈다고 생기는 게 아니더라”

이번 전시회는 조금 벗어났다. 에티오피아와 몽골이다. 에티오피아 남쪽 작은 마을 예가체프를 찾아낸 것은 행운이었다.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전날 비가 온 것도, 아침안개가 피어오른 것도, 하필 예배가 있던 날이었던 것도 우연이었다.” 촬영은 3시간만에 끝났다. 그러나 “그 순간의 감동은 지난 20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그 감명은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그날 앵글에 담은 `예가체프 마을 예배당` 사진들은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 됐다. “2년 동안 혼자만 몰래 보던 사진”이라고 소개한다.



▲ 신미식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마을 예배당`(사진=충무아트홀 갤러리)

 

 

몽골의 소수 유목민 차튼족에게 가는 길도 험난했다. 몽고 내륙에 3000m 높이의 산과 숲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오지 중의 오지였다. 늪지대를 지나며 조난의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생사의 두려움 끝에 `몽골 차강로드` `순록을 키우는 유목민들` 등을 얻었다.
 
`사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미식이 처음부터 사진을 찍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뒤늦게 빠져든 사진을 찍기 위해 몇 개월씩 일을 접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돌아와 일을 했다. 서른여덟. 박쥐처럼 오가던 생활을 접었다. “나 자신한테 치사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표를 던졌다. 사진가의 자유를 얻었지만 경제난이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전시를 할 때마다 카메라를 팔았다.”

신용불량자, 주민등록말소 기간을 두루 거치며 10여년. “지금은 카메라까지 안 팔아도 될 정도”라며 웃는다. 4년 전엔 서울 청파동에 갤러리카페 `마다가스카르`를 열었다. 사진 몇 장 걸어두자고 시작했는데 이젠 든든한 수입원이 될 만큼 자리를 잡았다.

 


▲ 사진작가 신미식(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그러나 전시에 드는 비용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전시는 신부화장 같더라.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최선의 배려와 마음. 사실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진에 대한 마음은 가볍다. “산고라는 표현이 이해가 안 된다. 놀이다. 워밍업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는 과분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능력에 비해, 사진에 진지한 이들에 비해서도 더 대접받았다.”

신미식에게 아프리카는 사람이다. 사진도 사람이다. “사람들의 눈동자에 초점을 맞추고 교감할 때 가장 짜릿하다”고 털어놨다. 버려야 할 것은 편견이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진정한 세상이 아프리카에 있었다.

사진전 `몽골 그리고 아프리카`는 다음달 9일까지다.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 명함에까지 새겨두고 신념처럼 기다려온 그 감동을 온전히 옮겨온 50여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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